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諸行無常
미암사 05.02.16 812
옛날에 한 야간이 사자에게 정신없이 쫓기다가 벌판에 있는 우물에 빠졌습니다. 일단 사자로부터의 죽음의 공포에서 벗어난 야간은 그 순간의 편안함을 이렇게 읊었습니다.

諸行無常           是生滅法
生滅滅己           寂滅爲樂

현상계는 덧없는 것
이것이 생멸법이니
생멸이 다하여 없어지면
적멸의 낙이 되느니라.

마침 33천의 제석천이 하늘 대중과 더불어 그 우물 곁을 지나다가 그 게송을 듣고 야간을 향해 말했습니다.
“아! 성인의 가르침을 듣지 못한 채 오랫동안 어두운 곳에만 있었도다. 비범한 진리의 내용을 그대가 읊었으니 원컨대 다시 한 번 들려 주시오.”
그러나 야간은 오히려 제석천을 꾸짖었습니다.
“천제께서는 예의가 없으시고, 시의(時宜)에 마땅하지 않습니다. 법사가 아래에 있는데도 스스로 위에 계시오니, 처음부터 공경은 닦지 않고 법문만 물으시는 것입니까?”
이에 제석천왕은 깜짝 놀라 정신을 차리고 그 야간을 우물에서 끌어올린 다음, 발 아래 머리를 조아려 접족례를 올리고 참회했습니다. 그리고 하늘의 보배옷을 쌓아 높은 법좌를 만들어 그 위에 앉게 하고 법문을 청해 들었으며, 마침내는 다시 십선계법(十善戒法)까지 받았다고 합니다.

이것은 하느님이라 할지라도 법을 먼저 안 상대에게 경례를 해야 한다는 차제의 교훈을 담고 있는 이야기입니다. 그 상대가 누구이든 법을 아는 사람을 앞세워야 합니다.  그 존재가 비록 짐승일지라도 즉시 경례를 하고 법을 받들어야 하는 것입니다. 다시 말하면 “오직 법이 가장 높고 절대적인 가치의 기준이다”하는 것을 보이신 것이며, 세속의 신분이나 계급은 정법 아래에 있는 것임을 보이신 것입니다.
물론 이 경문에서 설한 바와 같이 계의 차례에 의지하지 않고 앉는 것은 모두 법계가 됩니다. 설혹 자신의 자리를 뒤에 계를 받은 후배에게 양보하였다 하더라도 양보한 자와 앉은 자가 다 같이 계를 범한 것이 되는 것입니다. 그런데 이 야간의 이야기에서처럼 법을 기준으로 할 때는 당연히 예외가 되는 것입니다. 아무리 계를 나중에 받았더라도 계의 덕이 높고 깨달아 얻은 지헤가 훨씬 높은 이가 있다면 그를 당연히 어른으로 모셔야 하고, 아무리 계를 먼저 받아 계랍(戒臘)이 위라 하더라도 학덕이 없고 계행이 볼 것이 없다면 어른 대접을 받을 수가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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